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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보이지 않는 벽

KUKJIN LEE
KUKJIN LEE
2025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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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보이지 않는 벽

'되는 것만 하라'는 포지티브 규제의 늪

한국의 규제 체계는 이른바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으로, 법령에 허용된 사업 모델 외에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구조입니다. 반면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네거티브(Negative) 규제'를 채택해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 차이는 혁신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극명하게 갈립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올 때마다 '기존 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중단되거나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야 하는 등 성장의 속도가 늦어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FDI(외국인 직접투자)의 정체와 질적 변화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최근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IT 산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으나, GDP 대비 비중으로 보면 여전히 아쉬운 성적표를 기록 중입니다.

 

  • 투자 수준 비교: 한국의 FDI 유입액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칠레 등 신흥국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자본과 기술이 결합된 M&A(인수합병) 투자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한국 사회에는 M&A를 '약탈적 행위'나 '기업 사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이는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 자본에 의한 공격적 M&A와 그에 따른 혹독한 구조조정을 경험한 트라우마에서 기인합니다.
     

엄격한 규제와 절차: 특히 주요 산업의 M&A는 관계 당국에 대한 사전 신고와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기술 유출 방지라는 명목이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행정 절차가 커다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투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주주 환원 문제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에는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외교 노선의 변동성: 정권 교체 시기마다 친미, 친중로 급격히 기우는 외교적 스탠스의 변화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일관성 없는 대외 정책은 국가 신인도와 직결되어 장기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쪼개기 상장과 낮은 주주 환원: 미국 기업(예: 애플)은 핵심 사업을 하나의 법인에 집중시켜 가치를 보존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별도로 상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모회사 주주 가치를 희석시키고 배당 등 주주 환원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2030 CEO들의 '탈(脫)한국': 사라지는 기업가 정신

과거 1세대 기업가들이 '산업 보국'의 가치를 우선했다면, 현대의 젊은 창업가들은 글로벌 경쟁력과 개인의 성취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국내의 과도한 상속세와 법인세는 이들을 해외로 등떠밀고 있습니다.

주요 이전지: 싱가포르, 홍콩, UAE(두바이), 일본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낮은 법인세와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으로, UAE는 세제 혜택과 공격적인 스타트업 유치 정책으로 한국 CEO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본 유출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인 '인적 자본'의 이탈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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