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인 제조업이 위기입니다. 건설기계, 조선, 철강, 가전 등 과거 우리를 먹여 살렸던 주력 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1위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점유율 하락이 아니라, '원천 기술 부재'와 '학습을 멈춘 고착화된 구조'에 있습니다.
이제는 Fast-Follower 전략을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4가지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제조업의 DX(디지털 전환) 및 서비스화 (Servitization)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들어 파는 하드웨어 중심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입혀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장비가 아닌 솔루션을 판매하라, 건설기계와 조선 산업은 자율주행, 원격 제어를 넘어 '서비스로서의 장비(EaaS, Equipment as a Service)'로 진화해야 합니다. 기기 자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작업 효율성과 데이터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JV(합작법인)를 통한 원천 기술 확보, M&A에 보수적인 국내 정서를 고려할 때, 글로벌 원천 기술사(유럽 설계사, 미국 SW 기업 등)와의 JV 설립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우리의 생산 기지 강점과 그들의 원천 기술을 결합하는 신속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공급망(T1, T2)의 기술 혁신
대기업의 지원이 협력사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금 지원에서 '기술 성과 연동형'으로, 단순 성과급 공유는 일시적 사기 진작에 그칩니다. 지원금이 실제 R&D에 쓰였는지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공동 R&D 펀드'나 '기술 성과 인센티브'로 전환해 학습하는 조직으로 회귀시켜야 합니다.
많은 대기업이 '상생'이라는 이름 아래 협력사의 임금 체불을 막거나 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직접 지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상생인가, 아니면 고통의 지연인가?"
"임금 체불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닙니다."
임금은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노동의 대가입니다. 하지만 체불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미 해당 기업의 경영 관리나 수익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지 않은 채 자금을 수혈하는 것은 관리 소홀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 현재 상생 지원의 3가지 문제점
- 안일한 관성: 새로운 대안(1안, 2안)을 고민하기보다, 당장 눈앞의 불을 끄기 쉬운 '직접 지원'이라는 편한 길만 택하고 있습니다.
- 도덕적 해이: 대기업 입장에서는 '큰돈이 아니니까', '관례니까'라는 이유로 무심코 자금을 집행하며 실질적인 현장 점검과 사후 관리를 외면합니다.
- 혁신 의지의 박멸: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술적 자생력을 기르는 대신, 대기업의 수혈에 의존하는 '좀비 기업'을 양산하여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DX 노하우 전수: 기술 투자 여력이 없는 T1, T2 업체들을 위해 대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노하우와 AI 솔루션을 직접 이식하는 실질적인 기술 지도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산업 재편 (Software-Defined Everything)
AI 시대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AI를 산업 현장에 최적화(Domain Knowledge 주입)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반도체 하드웨어와 AI의 결합, 우리가 가진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와 전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이는 초격차 영역이 될 것입니다.
산업 특화 인재 직접 양성, 외부 인재 채용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업이 직접 '부설 아카데미'를 통해 현장 지식과 SW 역량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플랫폼 및 리테일 영토 확장
K-콘텐츠와 K-푸드가 성공했지만, 정작 유통 채널(플랫폼)을 소유하지 못해 수익성과 점유율이 낮은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콘텐츠의 플랫폼화: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웹툰, 게임, K-팝을 묶는 독자적인 유통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구축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K-라이프스타일의 패키지 수출: 리테일(편의점, 베이커리 등)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의 물류와 IT 결제 시스템이 나가는 통로입니다. 제품 단품이 아닌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인프라와 함께 수출하여 글로벌 점유율을 높여야 합니다.